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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1 고대 그리스의 경제학
경제학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Economics”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 “Οἰκονομικός(oeconomicus)”에서 유래했다. 이것을 기반으로 해서, 이 글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Οἰκονομικός가 사용된 사례로서 크세노폰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분석해서 발견한 고대 그리스에서의 경제학의 의미를 오늘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리오넬 로빈스(Lionel Robbins)이 내린 경제학의 정의와 비교하고자 한다.
상기한 고대 그리스어 단어는 집을 의미하는 ‘oeco’와 법이나 지배를 의미하는 ‘nomicus’가 결합해 이뤄져 가정 관리를 의미하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였다. 하지만, 크세노폰(Xenophon)이 이 단어를 자신의 저작의 제목으로 사용한 이후, oeconomicus는 ‘가정관리에 대한 실제적인 지혜의 체계’를 지칭하게 됐다. 그리고 이 단어가 적용범위를 확대해, 도시국가의 관리를 의미하는 사례도 일반적이게 되었다.
경제학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어원이 되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크세노폰의 저작은 소크라테스가 친구의 아들인 크리토불루스(Critobulus)와 대화하는 부분과 당시 성공한 농업 경영자이며 국정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범 시민으로 알려진 이쇼마추스(Ischomachus)와 대화하는 부분 등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크리토불루스와의 대화 부분에서 고대 그리스 단어 'Οἰκονομικός'의 정의를 발견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Οἰκονομικός'는 부를 증가하는 방법에 지식적 체계이고, 부는 삶에 유용한 것으로 사람들이 사용할 줄 아는, 가계 구성원이 소유한 부동산 및 동산, 기술, 능력 그리고 사회적 관계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가계의 물리적 생존과 정치적 활동 혹은 소크라테스와 교류하기에 충분한 잉여를 얻을 수 있는 업종으로서 농업을 크리스토불루스에게 추천한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농업은 부수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시민을 육체적으로 단련하여 전장에서 병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와 크리토불루스의 대화는 소크라테스와 이쇼마추스의 대화로 이어진다. 즉, 농업에 종사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 이유를 묻는 크리스토불루스에게, 소크라테스는, 그 이전에 이쇼마추스와 나눈 대화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답변한다.
당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가정 관리의 모범적인 사례의 주인공으로서, 성공적인 가정 관리에 관한 실제적인 지혜를 소유했다고 알려진 농부 이쇼마추스와의 대화 부분은 부인의 교육, 그를 대신하여 농업 경영을 담당한 관리인 혹은 노예의 교육, 그리고 농업 기술에서, 이쇼마추스의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농업 생산자 간에 존재하는 빈부격차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쇼마추스는 농업에 대한 지식의 결핍이나 부족이 아니라 농업에 대한 마음가짐과 집중력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것이 다름 아닌 농업 경영과정에서 생산력이 증가된 농지를 매각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수익에 대한 열망이라고 해석한다.
크세노폰의 'Οἰκονομικός'에서 이쇼마추스와의 대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인의 교육이고 그 다음은 농장 관리인의 교육이고 물질적 부의 획득과 관련 있는 농업 경작방법에 대한 대화가 가장 마지막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가정관리의 대상을 중요도로 구분할 때, 살아 있는 것이 죽은 것보다 더 중요하고 살아 있는 것 중에서는 노예보다는 자유민이 더 중요하다는, 저서 'Οἰκονομικός'에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도 공유된다. 그리하여 'Οἰκονομικός'에 관한 그의 견해가 잘 드러난 정치학 제1권 역시 주인과 물적 재산보다는 주인과 노예, 남편과 부인 그리고 아버지와 아이 등 인간 간의 관계에 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남편과 부인, 그리고 주인과 노예의 관계 내용은 크세노폰의 'Οἰκονομικός'에서 기술된 바와는 구별된다.
소크라테스가 이쇼마추스와 대화하는 부분은, 화자로서 소크라테스가 전달한다는 형식으로 인해, 'Οἰκονομικός'에서 부인과 관리인의 교육과 관련하여 이쇼마추스가 주장한 바가 여성과 노예 교육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관점과 일정 정도 부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쇼마추스는 자신의 부인이 가장인 자신의 도움이 없어도 혼자서 노예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며 가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교육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노예들도 가정과 농장에서 주인인 자신을 대신할 수 있도록, 주인과 동등한 정도로 주인의 일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대리인으로서 주인과 주인의 재산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윤리적 자세를 교육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을 대신할 수 있도록 아내와 노예를 교육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 그리고 주인과 노예는 모두 인간이라는 점에서 영혼을 소유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덕을 소유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아내와 노예가 집과 농장에서 주인이 부재한 경우에도 주인을 대신해 가정 관리를 실행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다는 이쇼마추스의 주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호보전적인 성격을 가지는 남편과 아내, 주인과 노예처럼 가정에서 차지하는 지위의 차이에 상응하는 개인 간 차이를 무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적 재산을 획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크세노폰의 'Οἰκονομικός'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차이를 보인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농업 기술이 보편적으로 보급되어 개인에 따른 차별 없이 일정 수준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질적으로 성공한 농업 가구와 실패한 농업 가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크세노폰이 전하는 소크라테스는 화폐적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의 유무 혹은 차이로 해석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양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는, 화폐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부자연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가정 관리의 행동은 농업이나 축산업처럼 가족, 공동체, 국가의 삶에 필요하거나 유용한 것들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한정된 양을 공급하거나 비축하는 것을 의미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정 관리에 대한 지식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좀 더 진화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윤리학에서 ‘Οἰκονομικός’를 다루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Οἰκονομικός(oeconomicus)’에 포함된 ‘nomos’는 규범을 의미하는데, 규범에는 법이나 지배뿐만 아니라 용기나 절제 등을 포함하는 모든 덕도 포함된다. 이처럼 덕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사람을 올바른 사람,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포함된 ‘nomos’의 어원으로 인해, ‘Οἰκονομικός’는 윤리학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정관리 행위를 포함하는 모든 인간 행위의 목적을 행복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을 통해, 행복의 개념을 인간 사회에 대한 연구 속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근대 경제학이나 공리주의와는 달리, 행복이 쾌락 추구가 아니라 정의와 같은 미덕에 적합한 행위를 선택하는 것과 관련 있었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거래 혹은 국가의 이름으로 획득한 부를 재분배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것으로 해석되어 불의한 것으로 여겨졌다.
인간이 자연적으로 정치적인 동물이고 따라서 국가 또한 자연적 산물이라고 전제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국가를 구성하는 제도 중 하나인 법과의 관계에서 파악해야 했다. 그의 체계에서 법과 정의가 가지는 관계에 의하면, 정의는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장의 교환과 국가의 분배 등에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정의를 평균의 개념을 사용해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 방법은 정의에 부합하는 교환과 분배를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계측단위를 사용해 측정할 수 있는 크기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런 의미에서 합법적인 것으로서 규정된 정의와 국가의 보편적 계측단위로 표현될 수 있는 정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필요의 충족을 위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정의를 그들이 생산했거나 소유한 재화의 가치와 그것과 교환되는 타인이 생산한 재화의 가치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산술적 비례로서 규정한다. 이는 교환관계에서 한 사람이 손실을 보았다면, 이를 보상하는 방법은 거래 상대방이 획득한 이익을 차감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산술적 비례의 회복을 통해, 교환관계는 정의에 부합하는 사회관계로 환원될 수 있다.
이러한 조정적 정의 외에도 정부의 보조금처럼 ‘동등한 사람에게는 동등한 가치의 몫이 그리고 동등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동등하지 않은 가치의 몫이 배분’되는 분배적 정의는 기하평균으로 표현됐다.
조정적 정의와 분배적 정의에서 사용되는 가치의 개념은 정치적 공동체를 전제했던 사실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유일한 교환의 매개이며 가치의 척도인,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통용되는 화폐를 사용해 표현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체계 내에서, 교환관계와 분배관계가 정의의 개념을 기반으로 가지고 규범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면서, 경제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 종속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한, 대중들이 미덕 혹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양육과 직업뿐만 아니라 생활전체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를 위해서 필요한 법을 제정하기 위한 입법능력은 정치학의 한 분야로 간주했기 때문에 경제학은 정치학의 한 부분으로서 진화했다.
“Economics is the science which studies human behavior as a relationship between ends and scarce means which have alternative uses”라는 로빈스의 경제학 정의는 희소한 자원과 목적의 관계에 관심을 집중한다. 자원과 목적의 관계는 합리성 가정 하에서 예산제약하 목적함수의 극대화 문제로 전환된다. 자원과 목적의 관계에 집중하지만, 로빈스가 정의한 경제학은 인간이 희소한 자원을 가지고 추구하는 목적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크세노폰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오늘날 경제학의 어원인 'Οἰκονομικός'가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의미를 보면, 'Οἰκονομικός'는 가정이 보유한 자원과 가정에서 생산된 생산물로 추구하는 목적 간의 관계보다는 오히려 목적에 많은 관심을 둔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근대 경제학에서처럼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화가 희소하기 때문은 아니다. 가정이 관리 되어야 하는 이유는 가정에서 생산된 부가 단순히 가정을 구성하는 가장과 아내, 자식, 관리인 그리고 노예 등의 물리적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이 시민으로서 국가 운영에 참여해야 하는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교환과 부와 명예의 시민들에게 분배하는 과정도 시민들이 가정을 유지하고 국가의 운영에 참여하려는 가정관리에 포함되는 영역이다. 교환의 상대나 자신 이외의 국가 구성원들의 물리적 생존과 정치적 권리와 의무 이행에 필요한 물적 기반을 파괴하지 않도록, 교환과정이나 분배과정에서 자신의 몫을 부당하게 더 많이 갖지 않도록 산술평균이나 기하평균에서 자기 몫을 챙기는 것을 자발적으로 멈추어야 한다. 산술평균 혹은 기하평균으로 규정된 정의의 개념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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