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콜레쥐 드 프랑스 강의록인 "안전, 영토, 인구"에서 푸코가 18세기의 프랑스 중농주의에서 경제학의 기원을 발견한 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중농주의가 사용한 자연질서의 개념이었다. 앞에서, 푸코가 언급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생산과 유통 부문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낸 규칙성에서 자연질서를 형성하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주체들이 전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규칙성을, 중농주의자들을 따라, 자연질서라고 부르자 마자, 그 규칙성에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계급의 이해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의미가 추가된다.

중농주의의 득세와 함께, 경제학의 연구대상으로서 자연질서의 존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경제학은 정치철학의 하위학문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가진 별개의 분과학문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분과학문으로서 경제학은 모든 경제주체들의 합의를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로 구현되는 인간사회 형성에 관한 과학이라는 점을 내세워 오히려 정치가 존중해야 하는 법칙들과 요구사항들을 생산하게 되었다. 실제로, 중농주의는, ‘경제표를 이용해 발견한 자연질서를 반영하는 농업왕국의 개념에 부합하는 정부형태(공화제보다는 군주제), 조세정책(지주가 부담하는 단일세) 등 정치적 개혁 프로그램을 주장했다.

경제학의 기원과 관과된 푸코의 언급은 막스 베버를 연상시킨다. 푸코는 정치 권력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면서 정치권력이 채택한 기술이나 전략을 대상으로 삼았다. , 푸코는 권력 테크놀로지의 진화를 분석하며, 18세기 프랑스에서 근대국가와 안전장치의 형성에 근거해 경제학의 기원을 찾았다. 이러한 푸코의 분석은 기독교 개신교의 윤리에서 자본주의의 출현의 동력을 발견한 베버를 연상시킨다. 베버가 종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17세기를 분석하면서, 금욕적 생활과 이로부터 발생하는 소비되지 않은 소득의 투자를 내포하는 기독교 개신교 윤리를 17세기의 자본주의 형성을 상징하는 이념형(Ideal type)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면, 경제학의 기원은 18세기를 분석하는 푸코가 채용한 이념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청교도 이념이 퇴조하고 공리주의가 지배하기 시작한 18세기 사회 및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경제주체 간의 도덕원리로서 새로운 이념형이 필요하게 됐는데, 이 시기 출현한 경제학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17세기 이념형인 금욕적인 기독교 개신교 윤리를 실천하던 상공인은 18세기에는 경제학자로 대체된다. 이 때 경제학자는 경제학이 정치철학의 하위학문에서 진화하는 현상을 반영하듯이, 앞에서 언급한 루쏘나 케네 등을 포함하는 정치철학자 혹은 도덕철학자에 오히려 더 가깝다.

18세기를 대표하는 이념형으로서 경제학의 기반이 되는 공리주의 원시 형태는 파스칼의 내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파스칼은 인간의 자유의지나 노력뿐만 아니라 신의 은총도 구원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얀세니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얀세니즘의 중요성은 캘비니즘과의 비교를 통해서 들어나는데, 캘비니즘에 따르면 원죄 이후 인간의 타락에 대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ㄱ인간은 원죄 이후 타락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유의지는 인간의 구원에 전혀 소용없다. 현실에서 인간의 활동은 신이 미리 예정해 놓은 구원 여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반면 얀세니즘은 원죄 이후 인간의 타락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타락한 상황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에게 오히려 경제활동과 종교생활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동기를 제공한다고 하면서 충실한 삶을 사는 인간은 초자연적인 신의 은총을 통해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파스칼의 내기는 이러한 주장을 가진 얀세니즘을 배경으로 구성됐다. 파스칼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걸고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내기를 해야 한다. 만약 한 개인이 신의 존재에 삶을 걸었는데, 사후 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면, 이 개인은 현세에서도 신의 구원을 받기에 적절한 삶을 살았을 뿐만 아니라 신의 은총으로 구원을 받고 영생을 누리게 된다. 만약 신의 존재에 내기를 걸었는데 사후 신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면, 그가 잃는 것은 유한한 그의 삶 동안 개인적 이익을 충분히 추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불과할 것이다. 만약 개인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에 그의 삶을 걸었는데 사후 신 앞에 서서 심판을 받게 되었다면, 그의 삶은 영원한 구원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고 말았다.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에 삶을 걸었는데 사후에서도 신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가 얻은 것은 사적 이익에 충실함 삶이다. 파스칼의 내기에서 신이 존재하는 경우, 신의 존재에 삶을 건 개인이 얻는 것과 신의 존재를 부정했던 개인이 잃는 것은 무한한 반면, 신이 존재하지 않아서 개인이 내기에 따라 잃거나 얻는 것은 유한하다. 이로부터 파스칼은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신의 존재에 삶을 걸고 그에 따라 현실의 삶을 영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스칼의 내기에서 드러난 공리주의에서 진화한, 18세기 이념형으로서 경제학은 세 가지 기본요소를 가지고 있다. 먼저, 경제학을 통해, 인간 행동의 동인으로서 화폐로 표현되는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심이 일반화됐다. 이와 함께, 행동을 사회적으로 평가함에 있어서도, 더 이상 자연법에 부합 여부가 아니라 공리주의가 적용됐다. 여기서 언급된 공리주의는 벤담의 공리주의가 형성되기 전의 것으로, 행동을 제약하고 정당화하는 것이 자연법이나 신의 의지나 뜻과 같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기준에 따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요소는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공리주의가 개인 행동을 설명하는 관점이 되면서,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도 그에 따라 진화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이 세상을 보는 관점으로서 자연법을 대체했다.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입법자와의 관계다. 18세기 경제학은 국가의 관리와 자연적인 조화와 질서 개념을 내포하고 있었는데, 이를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으로 나타나는 이기적이고 공리주의적인 개인들의 행동과 인식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입법자라는 정치적 층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입법자는 개인의 이기심에서 벗어나 공리주의적 원칙을 국가의 조직과 운영에 충실하게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신학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by invisibleman 2016. 4. 14.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