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의 국면에서 미국, 일본, 유로존 등의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 혹은 마이너스 영역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해도 위기의 확산을 막지 못하자 양적 완화라는 예외적 조치를 채택했다. 금융위기 이후 12년의 시간이 경과하는 동안,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양적 완화로 증가한 통화량을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환원하지 못했고 정책금리 수준 또한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올해 벽두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경제가 다시 위기상황에 처하자, 금리인하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다시 한번 더 양적 완화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국가, 은행, 공공기관 혹 일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나 은행의 대출자산을 매입하고 대신 화폐를 공급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인수해 신용을 공급했으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채무불이행 리스크 증가로 시중은행의 신용공급 능력에 장애로 작동하게 된 상기한 개별 경제주체가 발행한 채권을 은행의 신용공급능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해 재인수하고 대가로, 우리 사회의 보편적 구매력을 표시하는 화폐를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것이다. 결국, 양적 완화는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급증하는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개별 경제주체의 부채를 중앙은행을 내세워 사회가 인수하는 것으로, 경제위기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시중은행의 신용공급능력 위축을 최소화하며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 양적 완화를 도입한지 10년이 넘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다시 양적 완화를 확대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지금 양적 완화를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2008년의 경험을 고려하면, 양적위기는 일시적으로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위기의 원인을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양적 완화를 도입했으나 그 이후 양적 완화로 증가한 통화량을 정상화할 수 없었다. , 중앙은행의 예외적인 지원 하에서도, 자본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부채의 과도한 규모를,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지 않는 수준까지 축소하지 못했다. 오히려,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를 기반으로, 공공부문, 기업, 개인 등 개별 경제주체가 시장을 통해서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부채의 무분별한 증가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모델이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를 도움으로,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효율성에 이어, 양적 완화에 대해 윤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은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확대한 신용을,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화폐로 대체하는 양적 완화는, 개별 경제주체의 부채를 사회화한다. 이는 양적 완화가 시중은행들의 대출조건 역시 사회화해서 획일화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따라서, 양적 완화는 새로운 기술력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자보다는 기존의 통상적 대출조건을 충족하는 생산자와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안전성을 일반적으로 인정받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경제주체들에게 우선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 시중은행의 신용공급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를 통한 신용공급의 사회화는 혁신적 생산자와 그가 가져올 신규 투자와 고용의 기회를 제한하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양적 완화는 경제위기의 해결방안으로서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제를 지속시켜, 보다 더 나은 경제로의 발전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by invisibleman 2020. 3. 27.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