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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5일 미국 의회 하원에서 행한 국정연설 (State of the Union)을 통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베트남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서 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을 책임졌던 스티브 비건 대표가 1월 31일 스탠퍼드 대학교 쇼렌스타인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한반도의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 미래상은, 비건의 표현에 의하면, “지난 70년간 계속된 한반도의 전쟁과 반목을 끝낼”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변화”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구축”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1월 20일부터 31일까지 11일 동안 미국 국무부의 International Visitor Leadership Program을 통해 워싱턴DC에서 U.S. Department of State, U.S. Department of Defense, Heritage Foundation, Atlantic Council,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Korea Economic Institute 등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기대와는 달리, 방문 대상 기관들에서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인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체제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맑스가 자본론에서 사용했던, “a perilous leap”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즉,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질서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북미관계의 급진전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체제를 근간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굳건한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대화가 보여주듯이 양국의 정치지도자의 결단에서 시작되는 톱다운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북한과의 관계 변화가 단순히 한반도의 평화정착만을 의미하지 않고 미국에게는 지역적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동맹국과 파트너들과의 관계에서 큰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것과 관계 있을 것 같습니다.
북미관계 정상화에 따른 동아시아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미국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큰 문제는 지정학적 중요성은 축소됐으나, 세계 경제질서에서는 그 지위를 유지하는 일본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특히, 남한을 북한과의 군사적 대립의 최전방에 두고 유사시 태평양 너머에 위치한 미국의 즉각적이고 신속한 군사적 개입에 필요한 전진기지로서 일본을 두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냉전체제의 잔재로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한 시기에는 존재이유가 소멸할 것입니다. 쏘비에트 연방, 중국 그리고 북한의 북방삼각동맹체제와 함께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상태를 형성했던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는 쏘비에트 연방의 해체 그리고 미중 국교정상화 등 탈냉전 과정에서도 북한과 남한의 적대적 관계 지속으로 인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거쳐 북한의 비핵화, 미국과 유엔의 북한에 대한 제재해제 그리고 마침내 한반도에 영구적으로 평화가 정착하면, 미국이 중심이 되는 경제질서, 정치적 세계관, 군사동맹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는 여전히 유효하더라도, 일본이 주춧돌이 되는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위상문제는 동아시아지역의 국제질서를 중국, 러시아 극동지역, 일본 그리고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 전체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경제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발상을 전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 영구적으로 평화가 정착해 중국, 러시아, 북한, 한국, 일본, 미국이 모두 참여하는 동아시아 경제권이 형성되면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냉전질서의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6인7각의 연대로 재편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시대의 동아시아 경제질서 속에서 한반도는 태평양지역과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경제회랑으로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남동해안지대의 재화와 자본 그리고 노동을 국제경제질서에 새로이 편입한 북한을 비롯해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 극동지역 그리고 시베리아 너머의 유럽으로 그리고 후자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자원과 그 가공품 그리고 재화와 자본 및 노동을 전자 지역으로 이동시킬 것입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제재해제 조치가 선순환구조를 형성하며 진행되면, 미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과 그리고 유럽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를 포괄하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 작업에 나서야 합니다. 그 첫 단계는 세계경제질서와 호환될 수 있도록 북한 경제의 개방과 개혁작업을 지원하는 것일 겁니다. 베트남의 경우, 1986년 도이모이 정책 추진부터 1993년 미국의 월드뱅크 등 국제금융기관의 베트남 지원 허용까지 7년이 소요됐습니다. 북한의 개혁과 개방 단계에서 미국은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을 주도하는 중국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베트남의 경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남북 경협을 지원해야 합니다. 남한의 경제가 발전한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 경제의 개방과 개혁 프로젝트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의 경제를 세계경제 질서에 대한 호환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비건 대표의 스탠퍼드 대학교 쇼렌스타인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 연설 내용을 읽어 보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높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 봄의 한반도는 평화의 도래로 시작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기대를 동아시아 지역 국제질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구체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동아시아 지역의 6개국이 함께 하는 6인7각으로 작동하는 경제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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