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한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발병을 자기 안의 사랑이 죽었다는 표현으로 얘기하는 인터뷰 기사(http://beminor.com/m/content/view.html?section=1&category=3&no=9075#sthash.msgekBKW.5uIug7sl.dpbs)를 읽었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유사한 표현이 나온다. 원래 인간은 남남, 여여 혹은 남여의 형태로 두 가지 존재가 결합된 상태로 창조됐었는데, 신이 이것을 분리해 버렸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트라우마를 초래한 대상이나 사건으로 끝없이 회귀하는, 죽음충동이 지배하는 강박증자와 쾌락원칙에 충실하게 트라우마와 관련된 상황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히스테리환자가 그것이다.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카프카의 어머니는 강박증자다. 죽어버린 첫사랑의 기억을 떠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카프카의 아버지와 카프카를 버리고 떠난다. 카프카의 아버지와 카프카 역시 떠나버린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추억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이 작품에서 전개되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나카타 노인은 히스테리 증자라고 할 수 있다. 이차대전 일본이 패망을 앞둔 시기, 미군의 공습을 피해 시골로 전학을 간 학교에서 담임 여선생의 인솔로 버섯을 따러 간 숲 속에서 담임 여선생의 생리혈이 묻은 손수건을 주워 담임선생에게 크게 혼이 난다. 이로 인해 며칠 동안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나카타는 동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프로디테를 성가시게 한 죄로 여신의 분노를 샀다고 전해지는 그리스 신화 속 어느 불쌍한 사냥꾼을 연상시킨다. 그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나카타는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지 않고 직업도 없이 보조금만으로 살며 가끔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 주는 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아다던 중, 자신과 소통하던 고양이들을 구하기 위해, 고양이를 학살하던, 조니 워커로 변장한 카프카의 아버지를 살해함으로써, 그는 히스테리 증상을 극복한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의 사건들도 해결을 향해 진행된다.

엄머를 찾기 위해 가출을 한 카프카는 옛사랑의 추억이 보존되고 있는 어느 지방의 한 도서관을 관리하고 있는 사에키를 만나고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에서 잊지 못하는 첫사랑의 어릴 적 모습을 발견한 엄마와 관계를 가진다. 오이디푸스에서 처럼, 관계 후에 사에키는 카프카가 자신의 아들임을 인식하게 되고 스스로가 방기했던 엄마의 역할을 스스로 떠 안게 된다.

이로써, 작품을 체우던 시간과 공간의 뒤틀림은 사라지고 소년 카프카는 홀로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by invisibleman 2015. 11. 26.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