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대공황의 시기, 케인즈(J. M. Keynes)의 기여는 무엇일까? 그의 혁신은 실업이 문제가 될 때, 모든 사람들이 노동시장의 분석에 집중할 때, 노동시장 밖에서 실업의 원인을 찾았다는 점이다. 1920∼30년대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도 대규모 만성적 실업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주류 경제학은 노동시장에서 무엇이 임금의 탄력적 변화를 저해하는지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러한 입장에 반대해, 케인즈는 실업의 원인을 상품시장의 유효수요 부족에서 찾았다. 그리고 유효수요의 부족은 기업가들의 투자 감소에서 오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의 저서 "고용, 이자, 그리고 화폐의 일반이론"의 많은 부분을 투자이론과 이자율이론에 배분했다.
현재 부동산거품 붕괴와 맞서야 하는 우리에게 케인즈의 지혜가 다시 한 번 더 필요하다. 물론 한국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격이 유지되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엔 금융기관의 부동산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부실화와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부동산의 가격추이는 상승세가 멈추기는 했으나 아직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되진 않았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1999년 1월 55.3에서 최고점인 2012년 5월 103.1까지 86.1% 증가했다. 2008년 4/4분기부터 2009년 1/4분기까지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상승하는 추세로 전환됐다가 2012년 5월 이후 다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2년 8월 동 지수가 102.8을 기록하는 등 최고점 대비 하락 폭이 크지 않고 하락경향을 보인 기간도 길지 않아 하락추세로의 전환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지역적으로는 서울의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가 1999년 1월 44.8에서 최고점인 2010년 4월에 100.9로 125.3% 상승하여 비교 대상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했으나 2010년 4월 이후 하락 경향을 보이면서 2012년 8월에는 최고점 대비 2.85% 감소한 98.0까지 하락했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가 1999년 1월 46.2에서 최고점인 2008년 9월에 101.6으로 120.2% 상승하였으나, 2008년 9월 이후 변동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2012년 8월에는 최고점 대비 3.58% 감소한 98.0까지 하락했다. 6대 광역시의 지수는 1999년 1월 61.3에서 최고점인 2012년 8월 105.7까지 72.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6대 광역시의 지수는 2008년 4/4분기에서 2009년 1/4분기까지 이어진 조정국면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12년 5월 이후에는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택의 형태를 아파트로 한정시킨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추이는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의 추이와 유사성을 나타내고 있다. 기준시점인 1999년 1월 이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2년 5월에 최고점인 104.1을 기록했는데 이는 기준 대비 139% 상승한 것이다. 2012년 8월 전국 지수는 최고점 대비 0.4% 하락한 103.7을 기록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08년 9월에 최고점인 102.1을 기록했는데 이는 기준 대비 188% 상승한 것이다. 2012년 8월 서울의 지수는 최고점 대비 5.3% 하락한 96.6을 기록했다. 6대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2년 5월에 최고점인 107.2을 기록했는데 이는 기준 대비 125% 상승한 것이다. 2012년 5월부터 8월까지 6대 광역시의 지수는 최고점에서 정체해 있었다.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08년 9월에 최고점인 104.1을 기록했는데 이는 기준 대비 172% 상승한 것이다. 2012년 8월 수도권 지수는 최고점 대비 6.4% 하락한 97.4를 기록했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붕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부실화와 가계부채문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주택공급 측면에 개입한 결과,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수요자인 가계가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에서 차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성화의 결과, 시행사가 시공사의 보증을 이용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받아 주택을 공급하면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구조가 정착했다. 주택의 공급과 수요에서 만들어지는 부채의 증가로 인한 레버리지 효과로 주택의 가격이 증가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먼저, 공급측면의 구조를 분석해 보자.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의 구조에서 시공과 시행이 분리됐다. 선분양제도로 인해 사업초기에 자금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행을 하는 주체인 시행사는 많은 자기자본을 소유할 필요가 없어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시행사에 비해 자본과 자산 규모가 크고 신용이 우수한 시공사의 보증을 이용하여, 토지매입대금, 시공자금 등 개발사업에 소요되는 거의 모든 재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부동산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러한 증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부과되는 금리가 일반대출에 비해 월등히 높아 금융기관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선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금리가 높은 대신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원래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금융기관은 시공사인 건설회사의 지급보증을 통해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활황인 상황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금융기관의 관점에서, 안전하게 고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사업부문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적자 문제에서 기인한 유로존의 위기의 영향으로 더 이상 부동산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비록 시공사의 보증이라는 안전장치를 두기는 했으나, 부동산 개발사업의 기대수익률에 근거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상 사업 중 상당수가 부실화됐다. 자금을 공급한 금융기관의 관점에서는 대출자산이 부실화됐고 보증을 선 건설사의 관점에서는 우발채무가 급증했다.
<표 1> 2008, 2009, 2011년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대상사업장 실태조사 결과
(단위: 억원, %)
구분 | 2008년 6월말 기준 | 2009년말 기준 | 2011년 3월말 기준 |
정상 | 67,044 (54.9) | 33,158 (26.5) | 6,471 (9.2) |
보통 | 39,926 (32.7) | 52,695 (42.2) | 30,227 (43.0) |
부실 우려 이하 | 15,130 (12.4) | 39,089 (31.3) | 33,601 (47.8) |
합계 | 122,100 (100.0) | 124,942 (100.0) | 70,299 (100.0) |
자료 : 금융연구원(2012), 상호저축은행백서 p.266.
주 : ( ) 구성비.
금융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잔액은 2006∼2008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2008년 말잔은 83조원으로 2005년 말잔 24.8조원 대비 235% 증가했다.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잔액의 성장속도는 정체되면서 2009년 6월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말 2.3%에서 2008년 말 5.7%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점차 하락추세에 접어들어 2011년 3월 말에는 3.6%까지 감소했다.
<표 2> 전 금융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잔액 추이
(단위 : 조원)
구분 | 2005.12 | 2006.12 | 2007.12 | 2008.6 | 2008.12 | 2009.6 | 2009.12 | 2010.6 | 2010.12 | 2011.3 |
전 금융권 | 24.8 | 49.2 | 69.7 | 78.9 | 83.0 | 84.0 | 81.5 | 74.2 | 66.5 | 58.6 |
은행 | 14 | 26 | 42 | 48 | 52.5 | 54.1 | 51.0 | 44.9 | 38.7 | 36.5 |
저축은행 | 6.3 | 11.6 | 12.1 | 12.2 | 11.5 | 11.0 | 11.8 | 11.9 | 12.2 | 7.0 |
보험 | - | - | - | 5.3 | 5.5 | 5.5 | 5.7 | 5.4 | 4.9 | 5.1 |
금융투자 | - | - | - | 3.0 | 2.9 | 2.8 | 2.7 | 2.5 | 2.2 | 1.8 |
자료 : 금융감독원.
저축은행의 대출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말 27.2%에 달했다. 이후 비중은 20%를 전후한 수준에 머물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로젝트의 완료, 신규대출 억제, 캠코에 의한 저축은행의 일부 PF 대출채권 매입 등의 요인으로 2011년 3월에는 11.1%로 하락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하여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출 규모가 아니라 부실채권의 문제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캠코에 의한 부실채권 매입(2008년 12월 1차 0.5조원, 2009년 3월 2차 1.2조원, 2010년 4∼6월 3차 3.8조원), 자체 대손처리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1년 1/4분기 말 기준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20% 이상이 부실채권으로 남았다. 대손상각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연체율도 27% 수준에 있었다.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연체율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증가추세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표 3>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연체율 추이
(단위 : %)
구분 | 2008. 6 | 2008.12 | 2009. 6 | 2009.12 | 2010. 6 | 2010.12 | 2011. 3 |
금융권 전체 | 3.6 | 4.4 | 5.9 | 6.4 | 7.3 | 12.9 | 12.3 |
은행 | 0.68 | 1.07 | 2.62 | 1.67 | 2.94 | 4.25 | 5.30 |
저축은행 | 14.3 | 13.0 | 9.6 | 10.6 | 8.7 | 25.1 | 22.8 |
보험 | 2.37 | 2.41 | 4.06 | 4.55 | 7.9 | 8.3 | - |
증권 | 6.57 | 13.92 | 24.52 | 30.28 | 29.5 | 29.8 | 26.6 |
자료 : 금융감독원.
다음으로, 수요측면의 가계부채 문제를 분석해 보자.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주택의 소유자인 가계의 관점에서는 주택을 매입가 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는 전망이 어려워지면서 가계부채의 상환 가능성도 많이 제한돼 있다.
OECD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소규모 개인기업 및 민간 비영리단체 포함)의 비율이 150%를 상회한다. 2011년도에는 동 비율이 164%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수준은 2010년 일본의 비율 121%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스페인의 비율 140% 그리고 미국의 비율 136%를 초과하는 것이다.
2011년 말 가계부채 규모는 911.9조원으로 이는 GDP의 73% 수준이다. 이는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평균(2009년 기준) 비율 74%에 근접한 수준인데 OECD 평균보다 높은 가계부채/GDP 비율을 가진 12개 국 중에서 미국,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5개국에서 가계부채로부터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이들 중 일부에서 국가 채무 상환 능력 위기로 진화했다.
<표 4> 가계 신용 추이
(단위 : 조원)
구 분 | 2006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
가 계 신 용 | 582.0 | 630.7 | 688.2 | 779.6 | 846.9 | 911.9 | |
1. 가계대출 | 550.4 | 595.4 | 648.3 | 737.9 | 797.5 | 857.1 | |
(1)예금취급기관 | 443.3 | 474.1 | 516.0 | 550.7 | 595.9 | 639.6 | |
① 예금은행 | 346.2 | 363.7 | 388.6 | 409.5 | 431.5 | 455.9 | |
주택대출 | 241.0 | 245.8 | 245.7 | 273.7 | 289.6 | 308.9 | |
주택담보대출 | 217.1 | 221.6 | 239.7 | 264.2 | 284.5 | 306.1 | |
② 비은행예금취급기관 | 97.1 | 110.4 | 127.4 | 141.2 | 164.4 | 147 | |
주택대출 | - | 47.1 | 56.4 | 64.8 | 73.2 | 83.7 | |
주택담보대출 | - | 46.6 | 56.0 | 64.6 | 73.1 | 83.1 | |
(2)기타금융기관 등 | 107.1 | 121.3 | 132.4 | 187.1 | 201.6 | 83.1 | |
2. 판매신용 | 31.5 | 35.3 | 39.9 | 41.7 | 49.4 | 100.6 |
자료 : 건설협회, 20011년 2/4분기 주요 통계.
가계 신용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07년 이후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했고, 특히 2009년에는 13.3%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률은 소득의 증가율을 초과하고 있어 소득의 증가를 통한 가계부채 문제의 자연스러운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계부채는 2010년 말 대비 2011년에 7.7% 증가하는 등 그 상승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의 주택대출 및 주택담보대출도 2010년 말 대비 2011년에 각각 6.7% 및 7.6%와 14.3% 및 13.7% 상승했는데, 이는 2010년의 상승률에 비해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표 5> 가구소득 및 가계신용 전년 대비 증가율 추이
(단위 : %)
구분 | 2006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가구소득 증가율 | 4.8 | 5.3 | 6.0 | 1.2 | 5.8 | 5.8 |
가계신용 증가율 | - | 8.4 | 9.1 | 13.3 | 8.6 | 7.7 |
자료 : 건설협회, 통계청.
부동산시장의 외부에 있으면서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는 자본자유화를 제시하고자 한다.
1960∼80년대 고도성장기 동안 정부는 금융부문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유지해 왔다. 금융기관은 이자율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업무영역, 대출결정 등 업무 전반에 걸쳐 정부의 규제를 받았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가계는 은행예금 외에는 여유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수단에 제약을 받았으며 기업도 자금조달을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계의 예금은 자연히 기업에 대한 대출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어 은행은 자금조달과 자금운용에 대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1990년대 자본자유화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변화했다. 정부채 및 회사채에 대한 유통시장 허용, 외환규제 완화 등의 자본시장 및 외환시장에 대한 일부 규제가 완화됐다. 대기업들은 은행대출 외에 자본시장 혹은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대규모 제조업체의 경우, 자금조달에서 은행차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하게 축소됐고 반면 자기자본 조달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그림 1> 한국 대형 제조업체의 자금조달 중 은행대출 및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우량 고객들인 대규모 제조업체가 재원을 조달함에 있어 은행차입을 축소하고 자기자본을 증가하는 것은, 은행의 관점에서는, 주요 자금운용수단의 규모가 축소됨을 의미한다. 은행은 새로운 자금운용 수단을 발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자본자유화에 따라 일부 규제가 완화됐으나, 비대칭적인 규제완화의 성격으로 인해, 은행은 전통적인 대출 외에 특별히 다른 자금운용수단을 갖지 못했다. 은행들은 대기업 외에 새로운 대출 대상을 발굴해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출대상은 기존 우량고객인 대기업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고 신용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은행은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했는데, 담보 중 가장 선호된 것은 부동산이었다. 왜냐하면, 당시까지 부동산 가격은 종전 이후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이 상승추세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은행의 총여신에서 주택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을 포함하는 가계신용의 비중이 증가하고 기업신용의 비중은 축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2001∼2003년 기간 동안에는 가계신용 증가율이 20%를 초과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정부의 확대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은행이 공급하는 기업신용도 증가하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전에는 가계신용의 증가율이 기업신용의 증가율을 압도했다. 즉,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시기에는 은행의 총여신에서 가계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기업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동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부동산경기가 위축된 이후 다시 기업신용의 비중은 증가하고 가계신용의 비중은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2> 은행의 기업 및 가계 신용 비중 및 증가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2012년 2/4분기 기준으로 주택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가계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5.8%와 45.5%이다. 예금은행의 가계신용에서 주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2%이다.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신용에서 주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2%이다. 예금은행이 가계신용, 특히 주택대출에 집중하면서 가계신용에서 저축은행은 공급하는 비중이 축소했다. 실제로 가계신용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2005년 기간 동안 1.7∼1.9%였으나 이후 1∼1.2% 수준으로 하락했다. 가계신용 공급이 줄어든 대신, 저축은행은 부동산 개발사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저축은행 총여신에서 가계신용의 비중은 저축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한다. 2002년 4/4분기 35%를 초과하던 가계신용의 비중은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한때 11% 수준까지 하락하였다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 증가, 최근 감독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감독강화 등의 영향으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3> 저축은행 총여신에서 가계신용의 비중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1997년 외환위기로 중단됐다 2000년대 초반에 다시 나타난 자본자유화의 결과는 1) 금융기관에 의한 가계신용, 특히, 주택대출 공급의 증가, 그리고 2) 은행과 대부업체 등의 가계대출 증가로 저축은행이 본래의 업무영역인 서민금융에서 그 역할이 축소돼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증가했다는 것이다.
자본자유화에 따른 부동산 거품의 형성은 1980∼90년대 일본의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주지하듯이 일본의 부동산 거품은 1990년대 초반 붕괴했고 이는 금융시스템의 위기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가계의 주택수요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그러나 주택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여신은 만기가 20∼30년인 장기였기 때문에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를 직접 취급하기 보다는 모기지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기관을 설치하여 취급하게 했는데 이것이 주택금융전문회사(이하 '주전'으로 표기)였다.
1980년대 일본에서 자본자유화 조치가 취해지면서 대규모 제조업체들이 국내 혹은 해외 금융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우량 대출고객을 상실한 금융기관들이 직접 모기지론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주전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 초까지 주전이 가계의 주택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가계에 대한 모기지론 공급이 안정적인 수익사업임이 주전의 경험을 통해 드러났다.
금융기관들이 주택 모기지론을 다루기 시작하자, 주전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무렵 일본의 비주거용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됐다.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일본이 부상해 외국 금융기관 등에 의한 사무실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다. 플라자협약에 의한 엔화의 절상에 따른 수출감소를 만회하기 위한 저금리정책과 자본시장의 개방과 자유화에 따른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무실,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 개발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필요한 자본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했다. 이러한 자본수요에 반응한 것이, 가계의 모기지론 시장에서 입지가 축소된 주전이었다. 주전은 미래에 실현될 개발이익을 근거로 개발사업에 대출하거나 판매가격이 구매가격에 비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근거로 부동산 거래에 자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개발이익의 가능성이 급격히 축소되고 구매가격 대비 판매가격 상승 전망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면서 주전의 자금운용은 부실화됐고 주전은 파산했다. 1992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주전이 보유한 채권 중에서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자산의 규모는 8.1조 엔이었다. 주전은 수신 기능을 보유하지 않아 재원을 타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해야 하는 금융기관이었다. 주전의 부실채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주전이 여타 금융기관들로부터 조달한 13.2조 엔도 부실채권으로 분류됐다. 이 규모는 당시 전체 수신 금융기관의 총자산의 1/4내지 1/5에 해당했다. 주전이 보유한 부실채권의 규모뿐만 아니라 주전의 자금조달 구조로 인해 일본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부실채권의 규모 때문에 주전의 파산은 일본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됐다.
저축은행의 부실화와 가계부채의 급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는 1990년대 일본의 경험에 대한 지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붕괴 이후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을 겪었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거시경제 정책이 의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일본의 부동산 거품붕괴와 이후 이어진 금융시스템의 위기는 단순히 경기변동에 따른 불황이 아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부동산 거품형성에 자본자유화가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경기활성화 대책보다 금융구조 문제의 해결이 보다 더 적절한 대책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금융구조 개혁에 대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분석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두 가지 기본방향을 제안하는 것으로 제한하려고 한다.
먼저, 외환위기의 경험과 반면교사로서 일본의 1990년대 경험을 통해 알았듯이 부실채권은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일본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 많은 부실채권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부동산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부실채권 정리에 시간 벌기 정책을 적용했다. 결국 시간 벌기 정책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결국 소위 Big-Bang으로 알려진 금융시스템 전반의 개혁을 통해 안정될 수 있었다. 한국의 외환위기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시간 벌기 정책을 지양하고, 부실기업에 대해 대출을 중단하고 해당기업에 대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자산을 평가하는 작업을 신속하게 시행한 후, 일시에 부실자산을 처분하도록 했다. 단기간에 부실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취약해진 금융기관의 재무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번 경우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함께 부실자산이 되고 있는 것은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부동산담보 가계대출이라는 점이 문제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부실자산의 신속한 처리 없이는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극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실자산은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돼야 할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현재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부실채권의 문제를 해결할 경우, 금융기관들이 기존의 관행을 유지한다면 문제는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부실채권과 가계부채 문제를 초래한 금융기관들의 현 관행은 자본자유화가 만들어낸 환경에 금융기관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주택의 수요 측면에서 보면, 자산소득의 양극화를 보완할 수 있는 복지체제와 연금체제의 결여가 가계를 부채를 통한 부동산 구매로 이끌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복지 및 연금 제도의 확충은 우리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이처럼 부동산 거품이 가져온 문제의 해결은 일차적으로는 금융기관의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고 보다 근원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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