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의 기원

케네의 정치경제학

invisibleman 2013. 6. 22. 19:15

푸코도 언급했듯이, 18세기 프랑스가 처한 생존의 문제, 세금개혁 등 정치개혁의 문제가 경제학 최초의 학파인 중농학파의 출현을 촉발했다. 정치경제학은 태생부터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중농학파의 중심인물은 케네(Francois Quesnay; 1694 - 1774). 외과의사로서 루이 15세의 궁정에서 근무했다. 1750년 무렵부터 케네의 지적 관심은 경제학으로 옮겨 왔다. 케네와 그를 따르는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중농주의자(the Physiocrats)’로 불린다. 이 단어는 자연을 의미하는 ‘physio’와 특정 형태의 통치를 지지하거나 참여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crat’로 이뤄졌다. 따라서 자연의 통치를 지지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자연의 통치는 자연적 질서를 중시하는 이들의 사회관뿐만 아니라, 국가가 부유하게 되는 것의 원천을 농업생산 과정에 작용하는 자연의 힘에서 찾는 이들의 관점을 나타낸다.

이러한 관점은 중농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주장인 농업의 배타적 생산성에 반영돼 있다. 중농주의자의 주장에 따르면,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에 해당하는 가치만을 생산하는 수공업이나 상업과는 달리, 농업은 생산 비용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 이 주장은 자연적 질서에 조응하는 자연법칙이다. 따라서 케네에서 기원한 중농주의 경제이론과 정치개혁주장은 농업의 배타적 생산성에 근거해 있다. , 프랑스 같은 농업국가의 부는 농업에서 생산된, 생산비용을 초과하는 생산물의 가치, 순소득의 크기에 좌우된다. 따라서 정치개혁은 농업생산을 담당하는 농업생산자와 지주의 활동을 장려하고 농업생산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중농주의자들이 주장한 대표적인 정치개혁 프로그램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농업생산과 곡물의 자유로운 유통에 부담을 주는 모든 세금을 철폐하고 이를 대신하여 지대를 수취하는 지주계급만이 부담하는 단일한 세금을 신설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수출을 포함해서 곡물의 유통에 존재하는 독점을 포함하는 특혜 같은 장애를 제거하여, 유통단계에서 부당하게 발생하는 이익을 곡물생산자에게 환원하는 것이다.

중농주의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는 1760년대로 특히, 1764년에는 프랑스에서 곡물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는 국왕의 칙령이 발표됐다. 그러나 칙령에도 불구하고, 중농주의자들은 의회가 중심이 된 반대세력과 대립을 계속했다. 1769년과 1770년 동안 계속된 흉작으로 인한 곡물가격의 상승과 의회의 집요한 반발은 결국 1770년에 칙령폐지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후 1774년에 국왕의 신임으로 재정장관이 된 튀르고(Turgot, 1727-1781)는 왕실의 재정을 건전화하려는 개혁과 함께 곡물의 자유로운 유통을 실행했다. 하지만 1774년과 1775년의 연이은 흉작과 개혁으로 피해를 입은 귀족들과 상인 수공업자들의 공격으로 튀르고가 1776년 실각함으로써 중농주의의 개혁프로그램 역시 폐기됐고 중농주의자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급격히 사라졌다.

 

케네의 기여는 한 사회에서 부가 생산되고 분배되는 방법을 설명하는 논리적 관계들로 구성된 체계의 제안에서 찾을 수 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보다 18년 앞선 1758년에 출간된 경제표(Tableau Economique)”는 이러한 제안을 구현하고 있다. 경제표는 1년 동안 사회적 계급들 간에 이뤄지는 부의 생산과 유통의 상호의존성을 표현한다. 이것은 경제학 역사에서 경제 시스템 전체를 도식으로 표현한 최초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지그재그 모습의 도식을 이용하여 농업국가에서 이뤄지는 부의 생산과 순환이 분석됐다. 1758년 이후 케네 자신 혹은 그를 따르는 학자들이 주석을 곁들인 여러 가지 판본이 출판됐다.

 

하지만 거시경제의 도식화보다 근본적으로 중농학파가 지향했던 것은 경제적이고 도덕적이며 정치적인 측면을 가진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자연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케네는 홉스에서 시작된 영국의 계몽사상 전통에서도 특히 로크(john Locke; 1632 – 1704)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로크의 기여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자연법적 성격을 가지는 도덕 원칙으로부터 주요 경제적 개념들을 도출했다는 사실에 있다.

로크에게 있어, 세상은 신의 것이다. 세상을 사용하는 방법 역시 신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이 신이 의도한 바 혹은 신의 의지에 부합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표현하면, 모든 인간행위는 도덕적 판단을 거쳐야 하는데 도덕적 판단의 근거는 당연히 신의 의지다. 신의 의지는 이성을 통해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도덕적 판단의 원리인 도덕법칙도 자명한 원리로부터 논리적으로 연역된 명제들의 연관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이성의 인식대상일 뿐만 아니라 논리적 연역을 통해 발견된 도덕은 과학의 위상을 부여 받는다. 이처럼, 로크의 자연상태는 자연적인 도덕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는, 그래서 사회적 성격을 가지는 상태이다.

자연법적 성격을 가지는 도덕원칙으로부터 로크가 도출한 경제개념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유권 개념이다. 로크는, 홉스와 달리, 소유권을 정치권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자연상태에서도 이미 형성된 것으로 인식했다. 로크에 따르면,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자신의 보존을 위해 어떤 물건을 사용하려면, 인간은 자연의 상태에서 발견한 그 대상에 자신의 노동을 첨가해야 한다. 바로, 이처럼 노동을 첨가하는 과정에서,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로크는 자연상태의 사회적 성격을 인정하기 때문에, 자연적 상태에서 출현한 소유권도 다른 사회구성원과의 공존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도덕적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로크는 소유권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제한을 둔다. 소유하는 행위가 타인을 해치거나 타인에게 빈곤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모든 낭비는 비도덕적이어서 금지된다는 것이다. 자연상태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생산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노동에 의지한 부의 축적은 그 양이 제한적이어서 상기한 두 가지 제약조건이 실제로 노동이나 축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화폐의 등장은 모든 상황을 변화시킨다. 로크에게 있어, 화폐는 자연상태에서 등장한다. 화폐는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부의 저장을 가능하게 한다. 부패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화폐는 무제한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로 인해, 사회구성원 간에는 부에 대한 욕망이 충돌하기도 하고, 부존량이 제한적인 천연자원의 사용을 두고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이 나타난다. , 로크가 제기한 두 가지 제약은 화폐의 등장과 함께,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도덕에 관련된 자연법칙이 명백하고 이성의 도움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폐의 출현으로 발생한 이해상충은 자연적인 사회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로크의 해결책은 자연상태를 포기하고 사회계약을 통해 정치권력을 세움으로써 시민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정치권력은 무엇보다도 우선, 자연법칙, 특히 노동을 통해 형성되는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로크에게 있어, 도덕과 경제는 이미 자연상태에 존재하고 있으며 시민사회가 형성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로크의 경우처럼 케네의 경우에도, 신으로부터 유래한 규범이 인간의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되고, 그런 의미에서 도덕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신의 규범으로 인해 인간은 도덕적인 존재로 정의되며, 인간사회에 적용되는 자연법은 도덕이나 정의와 같은 단어로 서술된다. 뿐만 아니라, 케네의 소유권 개념도 자연법에 속하는데, 앞서 로크가 설명한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이를 설명한다.

인간사회 역시 자연계의 일부라는 믿음은 홉스 이후 발전한 근대 정치철학의 토대를 이룬다. 그리고 근대과학이 밝혀냈듯이, 자연계의 일부로서 사회의 작동원리인 자연법칙을 이성과 과학을 통해 발견하는 것을 근대 정치철학은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케네의 정치경제학은 경제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다루기보다는 정치철학이 설정한 목표에 복무하는 과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케네의 자연적 질서는 두 종류의 관계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형성되는 물리적 관계이다. 이 관계에서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적 기능을 발견한다. 두 번째 관계는 인간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다. 물리적 관계에서 생산된 부가 계급들 사이에서 순환하는 것은 바로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이뤄진다.

경제적 질서 내에서 물리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의 구분은 경제를 생산과 순환이라는, 구분되는 두 단계의 연속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먼저,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갖춘 토지에 도구가 동원된 결과, 농업은 일정 양의 부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부는 교환을 통해 경제 내에서 유통된다. 교환은 생산된 부를 재분배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교환을 통해서, 달리 표현하면 곡물의 판매를 통해, 농업부문의 생산자는 생산을 시작할 때 고용한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한 금액과 차기 생산에 필요한 자본 형성을 위해 선급한 금액을 복구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땅을 임대한 지주에게 지대를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확보한다.

케네의 경제학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연과학처럼 사회를 양적 관계의 체계로 표현했고 이를 통해 사회의 객관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구조적 관점에서 케네의 경제학은 배타적으로 농업부문만이 생산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생산비용을 초과하는 생산물의 가치, 케네가 순소득(produit net)이라고 명명했던 것은 오직 농업부문에서만 생산된다. 이 순소득의 존재는 다른 산업활동 발전의 필요조건일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재생산도 결정한다.

로크가 경제에서 시민사회 형성의 출발점을 발견했다면, 케네는 왕국의 생존뿐만 아니라 풍요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자연법에 따라 통제되어야 할 대상으로서 경제를 인식했다. 왕국의 풍요를 지향하는 정치권력은 자연법을 존중하여 개인의 자연적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중농학파의 경제정책은 다른 생산활동보다는 유일하게 순소득을 생산하는 농업생산을 장려하는데 중점을 뒀고, 교환과 관련해서도 생산된 곡물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자유방임을 주장했다. 중농학파가 주장하는 농업부문의 배타적인 생산성 이론은 곡물의 자유로운 유통과 분리될 수 없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왕국의 개혁을 주장하는 정치적 주장과는 분리될 수 없다. 오히려 개인의 자연적 권리를 옹호하는 정치철학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케네와 중농학파는 자신들의 경제학 이론을 제기했다고 해석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케네의 경제표를 분석해 보자. 경제표는 개인 사이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대신 계급 간 경제적 관계를 고려했다. 경제표는 세 계급으로 구성된 농업국가를 상정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생산적인 계급; 토지를 소유한 대가로 농업에서 생산한 순소득을 수취하는 지주계급 그리고 농업 외 생산활동에 종사하기 때문에 순소득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무익한계급. 이러한 구분은, 아담 스미스와는 달리 케네가 계급을 정의하는데 필요한 단일한 기준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산적인 계급과 무익한 계급은 종사하는 활동이 농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구분된다. 반면, 지주계급은 종사하는 생산활동에 의해 정의되지 못하고 농업이 생산한 순소득을 수취하여 소비한다는 사실에 의해 정의됐다.

경제표에 묘사된 계급간 경제관계는 생산물의 매매, 지대의 납부와 수취 등인데, 모두 화폐 단위로 표시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진다. 지주계급은 생산적 계급이 생산한 순소득을 수취하여 농업생산물과 여타 산업의 제품을 소비하기 위해 지출한다. 생산적 계급도 농업 생산을 하기 위해서 여타 산업의 제품이 필요하여 이를 구매한다. 무익한 계급도 생산에 소요되는 원재료와 생산기간 동안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식량 등을 농업 생산자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관계를 경제표는 화폐의 순환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케네의 경제모델은 스라파가 상품에 의한 상품의 생산에서 한 것처럼, 생산가격 시스템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먼저, 화폐 단위로 표현해 보자



생산기간 초에 지주계급은 지난 생산기간에 지대 명목으로 수취한 소득 20억원을 농산물과 여타 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두 생산부문에 각각 10억원씩을 지출한다. 무익한 계급 역시 지난 생산기간에 비축한 10억원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농업부문으로부터 구매하기 위해 지출한다. 그리고, 무익한 계급은 지주계급에게 생산물을 판매하고 받은 대금 10억원도 식량을 구매하기 위해 농업부문에 지출한다.

지주계급과 무익한 계급으로부터 농산물 판매대금 명목으로 30억원을 수취한 생산적 계급은 이중 10억원은 농업 생산에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여타 생산부문에 지출한다. 무익한 계급은 이를 비축하여, 다음 생산기간 초에 농업부문으로부터 원재료를 구매하는데 사용할 것이다. 생산적 계급은 남은 20억원을 지주계급에게 지대 명목으로 지급한다. 지주계급은 다음 생산기간 초에 농산물과 여타 생산물을 구매할 소득을 보유하게 됐다.

두 생산부문의 생산자와 최종 소비를 담당하는 지주계급 등 경제적 계급 간의 관계는 화폐의 흐름으로 표현됐다. 그리고 매 생산기간 출발점에서 세 계급이 보유하고 있던 화폐잔고는 지주와 무익한 계급의 지출로부터 시작하여 수취, 지출, 지급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기간 말에 다시 출발점과 동일한 계급별 화폐잔고를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순환의 형식을 가진다.

지금까지 화폐의 순환으로 해석한 경제표 도식을 생산물의 흐름으로 표현해 보자.



농업부문은 자신이 지난 기에 생산하여 보유하고 있던 생산물 2단위를 유동자본으로 투자하여 5단위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이중 지주계급에 1단위를 판매하고 무익한 계급에 2단위를 판매한다. 생산적 계급은 여타 생산부문의 생산물을 1단위 구입한다.

무익한 계급은 자신들의 생산에 필요한 재료와 그리고 생산기간 동안 소요될 식량으로 각각 1단위 모두 2단위의 농산물을 구매한다. 지주계급은 농업부문과 여타 생산부문으로부터 각각 1단위씩의 생산물을 구입한다.

경제표로 표현된 케네의 경제모델이 내포하고 있는 논리적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해 생산가격 시스템으로 표현해 보자. 재화생산의 기술적 조건은 aij를 성분으로 하는 행렬로 표시될 수 있다. 여기서 aij는 재화 j 1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재화 i의 양을 가리킨다. 케네의 모델은 농업과 산업의 두 산업으로 구성돼 있으니, 1을 농업 2를 여타 산업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생산과정을 표현할 수 있다.



수식을 단순히 하기 위해, 고정자본이나 토지에 투하되는 자본은 배제하고 매년 새로 투입되어야 하는 유동자본만을 고려했다.

잉여생산물의 벡터, s는 다음과 같이 정의 된다.



케네의 모델을 생산가격 시스템으로 표현함으로써 농업의 배타적 생산성 가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 이 가설은 여타 산업을 무익한 것으로 만드는, 농산물과 여타 산업의 생산물 간의 상대가격을 구하기 위해 필요했다. 여기서 케네의 경제모델에 내포돼 있는 논리의 순환성을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케네는 농업의 배타적 생산성 가설을 근거로 일종의 경제성장 이론을 주장한다. 일반적으로도 무익한 여타 산업보다는 생산적인 농업부문의 생산이 증가하면 국가의 부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케네의 모델에서 산업 간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지주계급의 생활양식이다. , 순소득을 독점하는 지주계급이 농산물 소비와 여타 산업의 생산물 소비에 배분하는 비율에 의해 산업 간 생산구조가 결정되고 만약 농업의 생산이 증가할 수 있도록 지주계급이 소비한다면 국가의 부도 증가할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 실제, 케네는 이러한 주장을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표현했다. , 지주계급이 농산물 소비보다 여타 산업 생산물 소비에 더 많은 소득을 지출한다면, 다음 생산기간 중에 생산되는 소득의 크기는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순소득은 여타 생산부문의 생산량 q와 독립적이다. 결국, 지주계급이 적어도 순소득의 1/2을 농산물 소비에 지출하지 않으면, 다음 기부터 생산되는 순소득이 줄어들어 국가의 부가 쇠퇴할 것이라는 케네의 주장은 잘못이다. , 케네의 주장과는 달리, 지주계급이 소비수요를 농산물과 여타 산업의 생산물 사이에서 어떤 비율로 유지하는가는 순소득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경제표에서 여타 산업의 매출액은 다시 농산물의 구매로 지출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 지주계급이 농산물 소비에 더 많은 소득을 배분하더라도 이는 다시 여타 부문 생산자의 농산물에 대한 수요로 이어진다. 따라서 다음 생산기간에 생산되는 순소득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결국, 케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주계급의 생활방식은 순소득의 크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순소득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의에서 도출된 순소득의 식을 보면 순소득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p1과 p2 등 두 재화의 가격 그리고 a11과 a21 등 농업생산에 투여되는 농산물과 여타 산업 생산물의 양, 즉 기술적 요소다.

케네는 기술적 요소에 보다 큰 비중을 두었다. 케네가 활동하던 당시, 프랑스에는 “metayage”“fermage” 등 두 가지 형태의 소작제도가 있었다. “metayage”는 주로 소규모 영지에 적용되는 소작관계인데, 소작인들이 작은 규모의 토지를 임차해 지주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아 경작한 다음 생산물을 1/3 내지 2/3의 비율로 지주와 나누는 소작제도다. 경작하는 토지의 규모가 크지 않아 주로 소를 이용했다. 반면 대규모 영지의 경우에는 한 소작인이 대규모 토지를 임차해 경작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한 다음 일정액 혹은 일정 규모의 농산물을 지대로 납부하는 “fermage”가 성행했는데, 경작지가 넓어 주로 말을 이용했다. 그래서, 소를 이용하는 소규모 경영보다는 말을 이용하는 대규모 경영으로 보다 많은 순소득을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농업 왕국의 부도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가지 형태의 소작제도는 각기 다른 생산관계가 대응한다. “metayage”에는 전통적인 지주-소작관계가 반면 “fermage”에서 소작농은 오히려 자본주의의 기업가적 성격을 가진 농업생산자다. 케네가 “fermage”를 선호한 것은 생산력과 순소득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대적인 생산관계와 그를 토대로 하는 사회관계를 중심으로 프랑스 사회를 개혁하려는 태도 탓이기도 하다.

소규모 농업경영을 대규모 농업경영으로 전환하려면 농업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의 주체는 직접 농업생산을 담당하는 농부가 아니라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지주들이다. 케네는 이와 관련하여 토지에 대한 투자를 언급하고 있다. 토지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면, 경제표에서 농업부문이 여타 산업부문에서 하는 구매의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진다. 농업부문이 매년 여타 생산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10억원의 구매는 투자가 이뤄진 농업 경작자에서 발생하는 감가상각을 보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주계급의 위치가 애매모호해 진다. 지주계급은 토지를 소유하고 경작에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토지에 대한 초기 투자를 했다. 하지만 매년 경작으로 경작지에서 발생하는 감가상각을 보충하는 투자는 지주가 아니라 실제 농업생산에 참여하는 농부들이 결정한다. 매년 농부들이 투자를 함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에서 발생하는 순소득은 지대라는 명목으로 전액을 지주계급이 배타적으로 수취한다.

가격요인과 관련하여, 농산물의 가격은 상승할수록 그리고 여타 생산물의 가격은 하락할수록 순소득은 증가한다. 이렇게 증가한 순소득은 농업생산자들이 전유할 수 있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증가한 순소득을 전유한 농업 생산자들은 다음 생산기간에서 보다 많은 순소득을 얻기 위해 전유한 순소득 증가분을, 소를 대신하여 말을 경작에 투입하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투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농업생산자는 지주와 토지임대계약을 맺는데, 계약기간 동안 고정된 가치의 지대를 납부하면, 시장에서 실현된 수익을 전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케네의 모델에 포함된 농업생산자도 자본주의적 기업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의 순소득 증가는 일시적 성격이다. 토지임대계약을 갱신할 때 변화된 가격 혹은 생산여건을 반영하여 농부가 더 이상 순소득의 일부를 얻지 못하도록 지대 금액을 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변동이나 그로 인한 생산조건 변화가 임대계약에 반영된 장기균형의 상태에서는 가격조건에서 기인하는 순소득 증가는 존재할 수 없다. 케네는 경제표에서 장기적 균형상태를 상정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순소득은 지대의 형태로 전액 지주에게 귀속되는 것이 자연적인 질서라고 보았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케네의 이론은 두 가지 가설에 근거해 있다. 농업의 배타성 생산성과 지주계급의 순소득 전유 가설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농업의 배타적 생산성 가설은 토지의 생산성과 같은 농업의 산업적 특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오히려 가격이론과 관련 있었다. 달리 표현하면, 농업의 배타적 생산성은 순소득에 포함되는 여타 산업의 잉여생산물의 가치가 영이 되도록 농업이 여타 산업과 맺는 연관관계를 의미한다. 케네는 자신의 이론이 산업 간 연관관계가 내포하고 있는 자연적인 질서를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농업과 여타 산업의 연관관계에서 유래한 농업의 배타적 생산성은 중농주의적 자연적 질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자연적 질서에 의하면 농업의 생산성에 기초한 농업국가만이 진정한 국가다. , 농업의 생산성을 기반으로 생산계급과 무익한 계급 그리고 지주계급으로 구성된 사회 그리고 이러한 토대 위에 설립된 국가만이 자연법을 따르는 사회이며 국가라는 것이다. 자연법을 따르는 농업국가의 대척점에 상업국가가 있다. 농업국가에 생산기반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상업국가는 토대가 빈약하여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상업과 공업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당시 프랑스 경제의 관찰에서 유래했다. 18세기 중반까지 프랑스에서 상업과 공업은 정부가 부여하는 특권에 힘입어 독점적 지위를 누리거나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했다. 특혜와 독점에 근거해 있으면서 자유경쟁에 반대하는 상인과 수공업자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사회가 케네의 개혁프로그램의 대상이었다.

농업에 기반한 사회질서를 자연법을 따르는 질서로 인식하는 케네의 세계관이 농업의 배타적 생산성 가설로 이어졌다고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왜 케네의 모델에서 지주계급이 순소득을 지대형태로 전유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순소득의 크기는 농업경영의 형태 즉, 소규모 농업경영 대비 대규모 농업경영의 비중이 높을수록 커졌다. 대규모 경영에는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순소득을 수취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의 결정을 내릴 경제적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케네의 경제 모델에서 대규모 농업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의사 결정은 지주가 내려야 하나 지주계급은 투자라는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농업생산에 소요되는 유동자본 투자를 매년 부담하는 계급은 지주계급이 아니라 농업 생산자 계급이다. 지주계급은 소비 외에 다른 경제적 기능을 명시적으로 부여 받지 못했다. 케네의 모델에서 지주계급은 순소득을 지대의 형태로 배타적으로 귀속하지만 순소득의 발생과 크기 결정에 기여하는 어떠한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다.

케네의 모델에서 순소득은 투자의 대가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토지 소유의 대가로 인식되고 있다. 지주계급은 농업생산자와 체결하는 농지에 대한 임대차계약에 근거해서 지대를 수취한다. 농지임대차계약의 조건은 협상과정에서 결정되는데 협상과정은 생산과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산업간 연관관계, 기술조건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순소득의 크기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은 케네의 경제모델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케네는 지주계급이 농산물과 여타 산업 생산물에 소득을 배분하는 생활습관이 순소득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주장하였다. 순소득을 구성하는 농업과 여타 산업의 잉여생산물의 물리적 구성은 지주계급의 소비습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순소득의 크기는 지주계급의 생활습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