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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이 초래할 수도 있는 경제위기와 중앙은행의 대처

invisibleman 2020. 3. 17. 22:41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이 전세계적 전염병이 되면서 전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체인의 원활한 작동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자동차 같은 산업의 생산차질이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우선시되면서 서비스업, 관광업, 항공운수업 등의 매출은 크게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세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신속하게 반영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주식시장에서 최근 큰 폭의 하락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등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 영국의 중앙은행 등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신속하게 정책금리를 0% 수준으로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미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던 정책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 자체의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금리 인하에 부수되는 양적 완화 조치가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국가, 금융기관, 법인 등이 발행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로부터 이들 채권을 구매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시중은행은 채권의 부실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자금을 공급할 여력을 획득하게 된다.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식시장은 급락하는 장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의 이러한 모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상화되어 버린 저금리정책과 양적완화로 구성된 중앙은행의 개입의 실효성뿐만 아니라 정당성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급락추세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래한 문제가 글로벌 공급체인의 작동 중단이나 상당수 산업의 생산 축소만이 아니라는 의미다. 2000년대 중반부터 문제가 됐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는 각종 자산의 가격 수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급락하기 직전까지만 하여도,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유동성 하에서 주식시장은 금융위기 이전의 가격수준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으로 최고수준을 연일 갱신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격수준에 대한 의심이 확산됐다. 오늘 100 달러를 주고 산 주식을 내일 100 달러 혹은 그 이상을 받고 현금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와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들이 재화, 서비스 자본의 세계화에는 적극적이었으나 노동의 세계화에는 부정적이었던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상품의 세계화의 숨겨진 면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세계 감염으로 구체화되자 국가들이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켜 국경을 앞다투어 폐쇄하는 것으로 폭발했다. 이러한 사건은 글로벌 공급체인을 기반으로 했던 주식의 가격 수준 전반에 대해 회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의 가격수준에 대한 회의가 일반화되고 있다. 어제까지 가지의 저장 수단으로 일반적으로 인식되던 것들의 당연한 지위가 의심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가격의 현상유지에 유용한 중앙은행 개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제기되어야 한다.

중앙은행 개입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는 정당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국민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지 자산가격의 유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산 가격의 급등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에도 채택됐고 코로바바이러스의 전세계 확산의 위험이 가시화된 현재의 상태에서도 우선 동원된 대응방법은 정책금리인하와 양적 완화 등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한 통화량 증가다. 이 방식은 자산 가격의 적적성에 대한 회의가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을 사회 전체로 전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 전반적인 자산 가격 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회의를, 통화량 증가를 통해 직접적으로 혹은 환율 상승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협이라는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유예시키는 것을 위기 대응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 위협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증가한 통화량은 금융위기 발발의 계기가 됐던 자산가격을 다시 상승시켰을 뿐,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생활패턴은 일용직 같은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으로만 회복시켰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미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에게 베이붐 세대의 제거자(bommer remover)라는 별명이 주어졌다. 이 별명이 상기시키는 자산을 축적한 세대와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해 안정적인 고용과 혁신적인 구상을 상품화하는 것을 허용할 투자의 기회 확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느 세대 간의 대립을 감안하다면, 자산가격의 붕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사회화하는 중앙은행의 무조건적 개입은 대응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위기의 대응방안은, 혁신의 개념을 이론적 처음 제시했던 슘페터가 1911년 그의 저서 경제발전이론에서 혁신을 기존의 현금흐름을 파괴하고 새로운 현금흐름을 만드는 기업가 활동으로 정의하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자산가격의 안정이 아니라 기업가 활동을 통해 제고된다는 점을 고려해, 화폐발행 과정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이러한 대응방안은 금융위기를 마치 멜라네시아에 속하는 솔로몬 제도의 원주민인 Are ‘Are족이 축제를 통해 그들의 통치자인 빅맨(Big man)의 경제적 부를 소진시키고 그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을 연상하게 한다. 솔로몬 제도를 포함하는 멜라네시아 지역에서 빅맨이라 불리는 통치자는 조상의 지위 같은 유전적 요소가 아니라 개인의 성취를 기반으로 상호호혜 메커니즘을 이용해 다른 공동체의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형성된다. 하지만, 통치자 개인의 영향력 증가와 그에 따른 경제력 집중은 피통치자의 질투와 불안을 자극해 통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물리적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축제를 개최하는데, 이 축제는 통치자에 대한 반발을 상징적으로 무마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통치자의 재산을 탕진해, 기존의 빅맨의 쇠락을 초래하고 새로운 빅맨의 성장을 고무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빅맨의 세대교체를 이끌어내는 축제와 같이 경제위기 작동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의 위기대응 정책이 경제위기의 사회화로 귀결되는 개입이 아니라 혁신을 지향할 것을 주장한다.